제목 : 정보격차에 따른 패션산업의 불명확성
이 컬럼은 종달랩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가 목표한 패션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개발, 사업화 및 이를 위한 산업생태계에서 겪은 내용들을 기반으로 패션산업의 디지털화 전환의 걸림돌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내용을 정리해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패션산업의 혁신을 같이 만들어 내기를 원하는 마음에 스스로 기고합니다. 2022.8.21
패션산업은 매우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6.25전쟁을 겪으면서 산업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 중에 가발산업, 봉제산업은 우리나라를 빠르게 산업화하고 국가를 세워나가는데 큰 몫을 한것은 배워서 알고 있다.
이러한 패션산업은 다양한 학문적 가치를 갖고 충분히 발전해 왔으며, 원사, 원단등의 대량의 자본과 노동력이 들어가는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고, 이러한 산업을 통해서 방직공장기반의 대기업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원사, 원단을 바탕으로 우리는 외주용역기반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다시 패션을 응용(카피가 더 정확할것 같지만)하여 자체 패션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대량소품종의 제품에서 소량 다품종 시장이 형성될때까지 이 시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가 만들어 졌고, 이들또한 대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원사(원단) 및 완제품의 유통시장은 대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만들어 졌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패션제품을 디자인, 기획, 생산하는 분야에서는 유독 크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전태일열사는 이러한 시장쪽에 종사하고 있었고(봉제시장) 이는 매우 열악했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릴때, 온양-천안 사이에 동방방직(?)이 있었고, 여기서는 중,고등학교를 가르치면서 밤에는 봉제(미싱)를 병행했던 곳으로 기억한다. 단순 대량의 봉제시절까지는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패션트렌드가 바뀌면서 대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고, 국내의 소량다품종은 중소공장들이 그 위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원단의 생산에서 봉제공장까지 들어가는 그 과정에도 역시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게 된다. 다양한 시장의 니즈를 일반 대기업들은 대응할 수 없었고, 이를 중간 유통업자들이 전문적으로 대응하면서, 원단공장은 도매(에이전시)를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도매가 일반 디자이너를 상대하는 구조가 형성이 되기 시작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다. 도매는 대기업단위로 클 필요가 없다.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조금만 사장님이 일하는것을 알게 되면, 거래처만 들고 나와도 바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부를 키우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이를 기업화 하는 형태를 취하지는 않게 되었다.
이러한 폐쇠적이지만, 밀집이 필요한 시장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이 동대문 종합시장과 주변의 도,소매 시장이다. 이들은 커다란 유통밀집구역을 형성하고 있고, 그 안에서 매우 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시장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는 폐쇄적이고, 일반인들이게는 공유가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원단유통은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띄게 되고, 구매자도, 공급자도 그 안에서 나름의 유통망을 형성하는것을 그들만의 노하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원단시장과 마찬가지로 부자재 시장 또한 그러한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로 인해 형성된 또다른 시장이 평화시장, 동화상가이다. 부자재는 원단과 달리 대기업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부자재의 특성상, 언제든지 대체가능하고 그 응용성이 높다 보니 대기업들이 그 시장을 따라가는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은 처음부터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형성하였고, 그로 인해서 더 밀접한 거래네트워크가 형성이 되었고, 시장에서 매우 밀접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장은 소량다품종으로 바뀌게 되고, 사람들의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시장의 파이가 점점 세분화되기 시작하였다.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세분화 되면서 본인들이 대응해야 할 것들이 많아짐을 시장에서는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업무,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필연적으로 부르게 되어있다.
또한, 동대문이 거대화되면서 - 기존에는 원하는 원단, 부자재를 찾는것이 그렇게 큰일이 되지 않았지만 - 지금은 2만개 이상의 매장을 뒤지고, 가격을 비교하고, 성실한 업체를 선별하고, 납품을 체크하고 하는 것이 매우 큰 일이 되어버렸다. 이 또한 커뮤니티의 속도, 신뢰의 속도, 가격의 확인등과 같은 추가적인 업무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러한 흐름에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시장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사업환경과 시장의 트랜드 변화의 속도감과 요구사항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앙드레김 선생님의 타계는 기존의 디자이너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형태의 디자이너들의 등장을 암시한다고 말하고 싶다. 즉, 전통적인 방식의 채널을 이용하여 권위와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디자인 시장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재가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트랜드는 더이상 대량생산, 고가의 옷이 아닌 개성적이고, 빠르게 소화될 수 있는 시장으로의 변화가 온것이였다. 홈쇼핑이 아닌 이제는 개인스트림, 유튜브, 무신사, 브랜디 같은 검색중심의 정보를 통한 맞춤형태로 디자인이 소비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백화점, 아울렛을 돌아다니면서 충동구매를 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 나에게 추천해주는(임의로 뿌려줄수도 있다.) 옷들을 보면서 좀 더 치밀한 충동구매를 유도해내고 있다.
그런 환경은 디자이너들의 생산환경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육성되고, 동대문매장을 통한 오픈이 아닌 아마존, 알리와 같은 글로벌 매장으로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동대문의 정보를 취득하는데도 거부감이 없지만, 온라인을 통한 구매와 생산대행에도 역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양쪽에 대한 비교선택이 가능할 수 있다. 면대면 접촉대신 일정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온라인으로의 주문결제가 이들한테는 더 편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간비용을 통한 이익계산이 빠르기 때문이다.
소량생산을 통한 시장진입 -> 다품종을 생산을 통한 시장의 니즈파악 -> 시장반응을 보고 생산을 하는 온디멘드 생산 -> 풀필먼트를 통한 재고/배송의 문제 해결 -> 브랜딩을 통한 대량생산의 해외시장과 연계....
기존에는 에이전시라고 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진행했어야만 했던 일들이, 이제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내세우는 서비스들을 이용해서 어느정도 충족이 가능해졌다. 또한, TV, 홈쇼핑이 아닌 라이브방송, 유튜브, 합방,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도소매플랫폼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예전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직감하는 기존 원부자재 도소매시장 상인들은 변화의 맞추기 위한 노력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을 지속하고 있는 이상, 온라인에 집중을 못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매장손님을 상대하는게, 당장의 수익이 되고, 미래의 수익을 예측하기에는 현실이 좁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이들은 정보의 간극을 이용하게 되고, 예전 용산에서 듣던 "얼마까지 알아봤어", "잘 몰라서 그런데, 이건 내가 가르켜줄께." 이런 멘트를 이용해서 고객들에게 단순명료한 정보공유를 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이분들도 어느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이걸 얼마에 팔아야 이문일까 보다는, 이 손님을 내가 어떻게 단골로 만들지에 몰입되서, 손님과 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손님과의 딜을 통해서 신뢰를 주고, 다시 고객이 본인을 찾게 하는 것은 좋은 장사전술이지만, 이제는 그 고객은 온라인/오프라인을 비교하면서 내가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 온라인의 이탈자들은 항상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이탈은 오프라인을 더더욱 정보격차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정해지지 않는 상품의 가격, 재고가 파악되지 않는 현실, 상품의 DB화를 하기에는 기존 레거시처리비용이 높은 구조, 불명확한 책임소재와 증빙의 빈곤은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지탱하는 안타깝지만,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